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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치지도자상 수상 연설2011.09.20 | N0.567

오늘 랍비 슈나이어 회장께서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반기문 총장을 위시해서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본 재단이 ‘세계 지도자상’ 수상자로 선정해 준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처럼 훌륭한 상을 받게 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어떤 상보다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조금 전 축사도 해 주신 반기문 사무총장 위시해서 슈워츠만 회장님, 맥캐릭 추기경, 발사미안 대주교님,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님도 참석을 해 주셨습니다. 또 오스트리아 전 수상께서도 함께 해 주셨고요. 또 자리를 함께 해 주신 신사 숙녀 여러분, 이렇게 와 주셔서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먼저 내가 살아 온 생애를 말씀드리게 된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전에 우리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를 반기문 총장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1945년 식민지로 부터 해방되었을 때,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커다란 역사적 도전 중 하나는 ‘물질적 빈곤’이었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고, 그 중에서도 우리 가족은 더욱 가난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열심히 일했지만, 밥 대신 물로 허기를 달래야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곳에는 하루 종일 싸우는 소리, 배고파 우는 소리, 병들어 신음하는 소리들로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가난으로 고통 받는 부모와 형제들, 이웃들을 보면서 이 때 나는 가난에 대해 처절한 경험을 했습니다. 빈곤은 인간의 삶은 물론 영혼까지 파괴하는 최악의 폭력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나와 모든 한국인들은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그 사실을 뼛속 깊이 느끼며 살았습니다.

 

중학교를 겨우 마치고 낮에는 일하면서 밤에 야간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노동자가 되었습니다. 그 때 나의 유일한 꿈은 아무리 보수가 적어도 매일 아침 일어나면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일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고,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생존과 싸워야 했던 나에게 대학은 하나의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꿈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헐값으로 참고서를 준 헌책방 주인과 새벽시장 청소부 일자리를 마련해준 시장 사람들 덕분에 나는 4년간 대학을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나는 가난 속에서도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은 가난한 사람이 가난을 벗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나는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교육만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모 또한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자식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6.25 전쟁 후의 폐허와 가난 속에서도 대부분의 대한민국 부모들이 그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런 정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직도 대한민국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비록 매일 새벽 청소 일을 하면서 힘들게 학교를 다니면서도 나는 점차 ‘내 현실의 문제’를 넘어 ‘내 밖의 문제’들로 관심을 넓혀가면서 학생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 중반, 나는 독재정치에 반대하고 민주화를 부르짖는 학생시위를 주도하여 투옥되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통해 나는 민주주의, 인간의 존엄성, 인권 등을 깊이 생각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존에 매어 달려왔던 나에게 이 경험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1인당 100달러에 불과한 나라, 길거리에 실업자가 넘치는 시대였습니다. 이 때문에 나는 경제적 번영 없이는 국가는 물론 나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감옥을 나온 뒤 나는 종업원이 채 1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건설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 회사가 자동차와 조선 분야에까지 진출하면서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나는 또한 개인적으로 열사의 사막에서 동토의 시베리아까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글로벌 마인드를 키울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내 개인도 가난에서 벗어났고 국가의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었음을 큰 보람으로 생각을 합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조국과 함께 성장해 온 나의 삶을 큰 행운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조국에 감사하고, 나와 함께 가난한 시대를 피땀으로 극복해 온 우리 국민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나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예전에 나와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하는 ‘청계재단’ (Lee & Kim Foundation)을 설립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신사 숙녀 여러분,
대한민국은 단 한 세대 만에 빈곤을 극복하고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습니다. 대한민국이 걸어 온 ‘빈곤과의 싸움’은 단순히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서울 G20정상회의를 개최하며 나와 우리 국민은 깊은 감회에 젖었습니다. 나는 이제 대한민국이 자신의 경험을 개도국과 나눔으로써 전 인류의 존엄을 위해 기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대한민국 또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만, 우리는 OECD 원조개발위원회(DAC)에 가입을 했습니다. 또한 ODA 규모를 2015년까지 3배로 늘리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전후 독립국가로는 유일하게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가난 속에서 남의 도움을 받았던 나 또한 이제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주는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수만명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에서, 세계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이 도움 받는 사람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애정을 갖고 돕는 원조국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국민들에게 도움 받는 사람들의,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종교와 관습을 존중하면서 겸손하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도움을 받아보았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사람의 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서울 G20정상회의에서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이라는 목표 하에, 개도국 발전을 도모하는 개발의제를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재정 원조와 함께 개도국 스스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자생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나는 지난 7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갔었습니다.  그때 나는 이틀간 도시 빈민촌과 가난한 농촌 지역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21세기, 풍요를 구가하는 이 시대에 아직도 처절하게 가난한 곳에 가서 직접 봉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몸으로 직접 느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새로운 빈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세계화ㆍ정보화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다른 한편 국가 간에, 또 개인 간에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조차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고, 많은 청년들과 서민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한민국도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답으로 나는 올해 ‘공생발전’을 새로운 국정비전으로 국민들에게 제시했습니다. 공생발전은 사회 모든 부문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음으로써 ‘윈-윈 사회’의 미래를 열자는 것입니다.

 

좁게 보면 제로섬처럼 보이는 관계에서도 넓게 보면 상생관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에는 치열한 경쟁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커다란 생물 생태계를 살려나가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위기를 극복하자면, 사회 전체가 연대하고 협력하는 진화된 시장경제, 진화된 사회문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입니다. 남북한은 역사, 언어, 관습이 같은 한 민족입니다. 남쪽과 북쪽에는 부모, 형제가 서로 헤어진 채 반세기 이상을 살아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는 한반도의 7천만 전체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먼저 비핵화를 통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고, 남과 북이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여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통일 한국은 어느 국가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고 인근 국가들의 번영을 촉진할 것이며, 나아가 세계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대통령 재임 중에 내가 할 역할은 그러한 날이 오도록 기초를 닦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이 나라를 세우고 오늘이 있기까지 미국의 도움이 컸습니다. 한미동맹은 안보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나가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전후 경제적 번영을 이루면서 동시에 민주화를 이룬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미국과 상호이익을 나누는, FTA를 체결할 수 있는 나라로 성장을 했습니다.

 

지금 한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매우 공고합니다. 두 나라는 가치동맹에 기반한 글로벌 파트너로서 세계문제에 대해서도 공동의 비전을 갖고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사실에 큰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민 또한 대한민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에 큰 긍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민주국가와 평화를 사랑하는 전 인류의 좋은 친구가 될 것임을 약속을 드립니다. 오늘 이 상을 받게 됨으로써 나는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등 이 재단과 여러분이 추구하는 정신에 대한 더 많은 책무를 제가 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ACF 재단의 무궁한 발전과 오늘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운이 있기를 기원해마지 않습니다.  여러분, 아주 고맙습니다. Thank you very m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