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 Miguel Morales 회장님 그리고 CEO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때, 그 누구보다 걱정을 많이 하고 있을 CEO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서 우선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 자신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 27년간 CEO로 활동했기 때문에 CEO 여러분이 지금 느끼고 있을 고민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이렇게 뵙게 되니 나의 CEO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제가 대학 졸업 후 입사한 기업은 직원이 백 명도 안 되는 중소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27년을 일하고 회사를 떠날 때는 약 16만 명이 일하는, 자동차, 조선, 전자, 건설업계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내가 다니던 기업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진취적인 자세로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뛰어 넘어 세계무대로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CEO를 ‘탐험가’라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땅이 있다면 실패의 두려움보다는 성공의 기대를 먼저 가져야 훌륭한 CEO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CEO의 능력은 위기 때 빛을 발한다고 봅니다. 어려울수록 멀리 내다보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CEO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바로 여러분의 능력을 시험하는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CEO로서 활동한 경험과 지식, 소신을 보다 많은 사람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마음먹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시장을 거쳐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께서도 아마 그 길을 걷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존경하는 CEO 여러분,
나는 오늘 대한민국의 성장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새로운 비전, 그리고 동아시아 경제부상의 의미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 기적은 ‘사람이 만든 기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국민 모두의 힘을 경제 발전에 동원하는 정치력과 당시 세계 경제 여건에 맞는 올바른 경제발전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한국의 경우가 아주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1960년대 초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으로 2만 달러 수준에 이르렀고 경제규모도 세계 13위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기름이 한 방울 나지 않고 가스도 나지 않고 식량도 자급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이러한 성취가 가능했다 하는 것은 분명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경제적 부상은 세계 경제 전반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전자 제품, 통신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가격이 인하되었고 이에 따라 선진국, 신흥시장 할 것 없이 모두 혜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에 들어서는 세계 GDP가 연간 5%씩 성장했는데 여기에는 분명히 동아시아의 질 좋은 노동력과 향상된 기술, 그리고 풍부해진 자본이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동아시아는 국제 분업 체제의 한 축으로 세계 경제에 깊숙하게 통합되면서 동시에 큰 구매력을 가진 소비시장으로 등장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의 무역과 투자가 더욱 다변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동아시아 기적을 말할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무역과 열린 시장’의 기초 위에서 동아시아의 기적이 가능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무역과 해외투자의 가장 큰 수혜자로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앞으로도 더욱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CEO 여러분,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항상 성장과 발전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일부 기업의 방만한 경영, 금융부문 낙후로 인한 비효율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호된 조정과정도 겪었습니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 위기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통해서 동아시아 경제구조는 총체적인 조정의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외환위기 직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금융회사의 수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에, 건전성과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7%에 달하던 부실채권비율이 이제는 1% 내외로 낮아진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도 이에 못지않은 힘겨운 구조 조정을 겪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400%가 넘던 기업의 부채비율이 이제는 100%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경제는 당면한 세계 금융 위기극복과 실물경제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 대응책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을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개별국가 차원에서 기업에 대한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외화유동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책들은 매우 선제적이고(preemptive), 과감하며 (decisive), 충분한 (sufficient) 것이어야 합니다.
이와 아울러 철저한 국제공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외화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흥경제국에 대한 주요 경제국들의 지원 확대가 필요한 것입니다. 나는 지난 주 G-20회의에서 폭넓은 통화스왑을 통해 신흥경제국들에게 외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것을 제안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했습니다. 보호무역주의는 또 다른 보호무역주의를 야기해서 세계 경제를 더욱 침체시키고 그 피해는 경제 구조가 취약한 신흥경제국에 더욱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역과 투자와 관련된 새로운 장벽을 만들지 않는 Stand-Still(동결) 선언”을 제안했고 많은 정상들이 이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나는 이러한 공동 노력을 통해서 우리의 번영의 토대인 시장경제가 더 건실해질 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공동 운명에 처해있음을 깊이 깨닫고 새로운 협력의 틀을 완성해 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초미의 현안인 금융 위기극복과 함께 실물 경제의 침체를 막는 일 또한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내년도 경제전망이 시간이 갈수록 비관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CEO 여러분들도 당장 내년도 사업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거나 또한 세워 놓은 계획조차 수정해야 할 처지에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세계 경제의 주요 축을 이루고 있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그룹이 IMF 예측에 따르면 내년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로 인한 영향은 전 세계에 심각하게 미치게 될 것입니다. 실물 경제 침체가 오래가면 기업들이 도산하게 되고 그에 따라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져서 사회적 비용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특히 그 피해는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사람이 더 크게 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실물 경제 위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경기 위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 선진국들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다른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등 다른 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전대미문의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대미문의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각국은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등으로 내수 진작에 힘써야 할 것이고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각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 간 협조와 국제 공조를 통해 그 효과를 배가시켜야 합니다.
또한 CEO 여러분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저는 CEO로 있을 때 항상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과 같이 어려울 때야말로 여러분이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을 합니다. 위기 때 오히려 도전적인 경영을 해야 합니다. 다가올 경기 회복기를 대비해서, 멀리 내다보고 투자를 해야 합니다. 어려울 때 투자를 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경기 회복기에 반드시 차이가 크게 날 것입니다.
CEO 출신으로서 나는 기업이 살아나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일자리야말로 최대의 복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자리를 지키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업의 역할이 정말 매우 중요한 때라고 생각을 합니다. 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지난 2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기구로 민간이 참여하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창설하고 규제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아시아 태평양 역내 국가에서도 규제개혁이 핵심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화롭고 신뢰할만한 경제정책, 기업친화적인 시장 여건은 기업과 기업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초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존경하는 CEO 여러분, 우리가 지금 경제 위기를 겪고 있지만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와 자원위기와 같은 인류공통의 문제에 대해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지난 7월 일본의 도야코에서 열린 G8 확대정상회의에서 ‘동아시아 기후변화 파트너십’을 제안했으며 지난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대한민국 발전의 새로운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이 상충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양자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것입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 된 현실에서 지금의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급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다른 아ㆍ태 역내 국가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입니다. 녹색기술과 대체에너지를 통한 녹색 성장은 우리 시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길은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선택의 길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을 위해 우리 모두가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녹색 기술과 대체 에너지 개발은 또한 지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신성장동력이 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CEO 여러분, 나는 어제 가르시아 대통령과 한-페루 양국관계 확대발전 방안에 대해서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특히 양국 간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는데, 이는 앞으로 양국 간 교역을 획기적으로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투자와 자원 협력을 포함한 양국 관계 전반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페루에 오기 전 나는 브라질을 방문해서 룰라 대통령과 여러 기업인을 만났습니다. 거기에서 나는 한-브라질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능한 여러 분야에서 첨단 기술과 자본 그리고 자원을 아우르는 융합 협력 체제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페루와 브라질뿐만 아니라 중남미 지역은 과거의 단속적인 성장패턴(Boom & Bust)에서 벗어나서 지난 5년간 연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2007년도에도 GDP가 평균 5.6% 성장했습니다. 해외 직접 투자도 2006년에 비해서 무려 50%가 증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중남미의 기적’을 이야기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과거 30여년동안 CEO로서 활동한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한국과 중남미 기업들이 상호 협력할 경우 무궁무진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국과 중남미 지역이 21세기 공동 번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믿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한국-중남미 협력기금’과 ‘한국-중남미 협력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과 중남미의 고위관료들이 서로 만나서 기업 간 협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한국-중남미 고위급 포럼’ 을 개최할 것입니다.
중남미 CEO 여러분, 한국으로 초대하고자 합니다. 지리적 거리는 더 이상 우리의 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은 여러분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피스코 사우어를 비롯한 남미산 와인을 마시며, 탱고와 삼바, 살사 춤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국에 오셔서 한국 문화를 느끼시고 또 한국에서 중남미 문화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