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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식 축사2012.12.26 | N0.766

오늘 역사박물관 개관을 하는 날 날씨가 아주 춥습니다. 금년도에 제일 춥습니다마는 한국 역사가 어려움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아마 오늘 특별히 날씨가 추운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내외귀빈 여러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을 여러분과 함께 진심으로 경하해마지 않습니다.

 

저는 취임 첫 해인 지난 200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역사박물관 건립 의지를 밝힌 바가 있습니다. 건국 60년을 맞아서, 대한민국 ‘발전’을 일궈낸 선조들의 공을 기리고 후손들로 하여금 그 ‘기적의 역사’를 배워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오늘 4년여 만에 완공되어 문을 열게 되니 참으로 감회가 깊습니다. 위대한 우리 국민 모두의 염원이 모인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개관이 있기까지 많은 분들이 뜻을 합치고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독일에 나가 일한 광부의 일기장으로부터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1호 포니승용차까지 1만 건이 넘는 소중한 소장품을 보내 주신 국민 한 분 한 분께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이 큰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한 김진현 건립추진위원장과 그 위원 여러분,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한 시공사 임직원 여러분들에게도 정말 감사를 드리고, 특히 추진단장을 비롯한 박물관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또한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만시지탄이 있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집약한 본격적인 역사박물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랑스러운 박물관이 자리한 이 건물은 조금 전에 언급이 있었습니다마는 1961년 미국 원조자금과 필리핀 기술로 지어졌습니다. 전후에 자본도, 기술도 부족했던 우리는 광화문 바로 앞에 제대로 된 건물 하나 짓는 데에도 외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특별히 의미 있는 건물에 우리의 지난 100년을 담았으니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소장품뿐만 아니라 그 위치와 건물까지 합쳐 온몸으로 우리 현대사를 증언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1964년 당시 대학생들이 20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을 예상하는 설문조사를 한 바가 있습니다. 그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500달러에도 못 미칠 것으로 그렇게 조사가 나왔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이 불과 반세기만에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습니다.전후 최초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80배 이상 늘면서 세계에서 7번째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이 넘는 나라 대열에 진입했습니다. 무역은 3,000배 이상 늘어서 올해 다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면서 무역 8대 강국으로 올라섰습니다.

 

경제와 안보 분야 세계 최정상회의인 G20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장국 역할을 하고 환경 분야 세계은행인 녹색기후기금⋅GCF를 유치하면서 세계무대의 중심에 성큼 서게 되었습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높이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후 140여 국가가 독립했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로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우리 현대사는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성공의 역사’이자, ‘발전의 역사’입니다. 하지만 그 영광을 향한 걸음걸음마다 우리 국민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나라의 주권과 함께 말과 글과 이름까지 빼앗기고, 인구의 15%가 넘는 200만 명 이상이 강제이주와 징용을 당하면서도 우리 겨레는 얼과 혼을 지켰습니다. 분단의 아픔을 안고 건국했고, 동족상잔의 처절한 전쟁의 폐허 위에 맨주먹으로 번영된 나라를 일으켰습니다.

 

영웅의 역사도, 기적의 역사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부모 형제가 나서서 피 흘려 지키고 땀 흘려 일군 온 국민의 삶의 역사일 뿐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 박물관에는 그 험난한 시절을 헤쳐 온 우리 모두의 눈물겨운 이야기들과 함께 자손만대 이어갈 우리 모두의 자랑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3.1독립선언서, 제헌국회 헌법안과 4.19일기를 비롯하여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 등 우리 근현대사의 생생한 자료들이 모여 있습니다. 산업화 초기의 봉제공장과 다락방이 재현되었고, ‘흑백TV’에서 시작하여 노트북, 휴대폰까지 세계시장을 개척해온 우리 경제의 발달사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이곳 전시물 한 점, 한 점은 단순한 옛 물건들이 아니라 우리의 설움과 고뇌가 배어있고, 희망과 의지가 묻어나는 살아있는 유물들입니다.

 

이곳에서 우리 후손들은 역사를 알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렇게 힘들게 살았구나, 이렇게 애써 자유를 지키고, 이렇게 열심히 일했구나!“라고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기적이라고 불리는 역사를 만들어 왔듯이 오늘 우리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극적인 콘텐츠를 갖춘 박물관을 열게 됐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얼굴을 비추는 ‘역사의 거울’이 완성됐습니다.

 

600년 역사의 경복궁 앞에서 창경궁과 창덕궁, 덕수궁, 경희궁에 둘러싸여 있고 정부청사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고궁 박물관에서 시작하여 이곳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지나면 전쟁박물관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내년 봄 경복궁 옆 옛 기무사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되면 우리 현대 문화의 얼굴이 새롭게 더해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역사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미래를 열어갈 방도를 궁리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100년간 우리는 남들이 간 길을 따라왔지만, 이제는 앞장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을 향한 Korea Route를 열고 세계를 선도해야 할 위치에 온 것입니다.

 

이 박물관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여줌으로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또한 이 역사박물관이 우리만의 것을 넘어 ‘전 인류의 박물관’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들의 살아있는 꿈이 되어 있습니다.제가 만난 아시아,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발전사를 궁금해 하는 선진국 사람들, 우리를 배워 발전하고 싶어 하는 많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지난 100년, 발전의 역사가 결집된 이 박물관이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역사는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재해석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역사의 발전이고 미래 창조의 길입니다.

 

사실(史實)의 음양을 균형 있게 보고, 훌륭한 점은 자랑스럽게 이어가며, 잘못된 점은 뉘우치고 고쳐가는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위한 논의를 계속 모아나가야 합니다.

 

저는 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그런 소통과 화합의 과정이 되고 역사발전과 미래창조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차이와 다름을 녹여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용광로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이곳이 대한민국 ‘미래의 문’을 활짝 열어갈 지혜와 동력의 발원지가 됐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은 계속 발전해 갈 것이고, 미래가 만들어낼 새로운 역사도 이 박물관에 계속 쌓여나갈 것입니다. 머지않은 훗날 통일의 염원도 실현되어 여기에 자랑스러운 역사로 추가 기록될 것입니다.

 

그 미래를 열어갈 우리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과거로부터 미래를 창조하는 지혜와 의지를 얻고 세계사를 선도하는 ‘더 큰 대한민국’의 꿈을 이뤄주기를 바랍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해 왔고, 또 그렇게 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