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Elisabeth J. Shepping, 한국 이름 서서평(徐舒平) 선교사께서 100년 전 한국에 오신 것을 기념하고, 그 고귀한 뜻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32세 젊은 여성의 몸으로 그분이 이 땅에 오셨을 때 우리나라는 아직 가난하고 작은 변방의 한 나라였고, 나라를 잃은 고통 속에 있었습니다. 그런 나라에 오셔서 서 선교사님은 세상을 떠나기까지 20여 년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봉사와 선교, 의료와 교육에 헌신했습니다.
전라도 일대는 물론 제주도와 추자도까지 찾아다니며 수많은 환자들을 간호했고, 천형(天刑)이라고 부르며 모든 사람이 멀리하던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데 앞장섰습니다.
결혼하지 않았지만, 거처는 늘 오갈 데 없는 고아로 넘쳐났고 14명의 양자녀를 둔 대가족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1922년에는 조선 최초의 여자신학교인 이일학교를 세워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여성들에게 복음과 의료를 가르친 교사이기도 했습니다. 서 선교사님이 뿌린 가르침의 씨앗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풍성한 결실을 맺어, 이일학교는 현재 한일장신대학교로 성장했습니다.
1923년 창설해 10년 동안 이끈 조선간호부회는 지금 30만 간호사들의 대한간호협회로 발전했습니다.
그처럼 지극하게 환자와 빈민을 돌보았지만, 정작 자신은 지병과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났고 시신마저 의학연구를 위해 기증했습니다.
그분이 이 세상에 남긴 것은 돈 7전과 강냉이가루 두 홉, 담요 반장이 전부였습니다. 이 초라한 유산은 그분이 온전한 나눔을 실천한 진정한 사도였다는 거룩한 증거입니다.
하지만 그처럼 어려운 삶 속에서도 늘 감사했습니다.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깨닫게 해주신 것에 감사했고 “주님이 허락하신 방법으로 조선인의 짐을 들어올리는 데 힘을 보태게 된 것에 감사”했습니다.
참으로 서 선교사님은 이 땅의 소외받고 병든 이들의 친구이자 어머니셨고, 우리 곁에 와서 살다간 작은 예수였습니다. 그분의 업적과 정신을 우리가 오랫동안 제대로 기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그분이 온 지 한 세기가 지난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아울러 두 권의 평전이 함께 발간되니 더욱 기쁩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애써온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환경과 풍습, 말과 음식이 다른 먼 이국땅에서 자신의 일생을 바쳐 진정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신 그분을 우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춥고 그늘진 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정부도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간 우리 기독교는 사회적 약자, 힘든 사람, 외로운 사람, 고통 받는 사람, 배고픈 사람, 병든 사람들을 위해 서로 나누는 데 누구보다도 앞장서 왔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기독교의 나눔 정신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지구촌 곳곳에서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많이 베풀고 봉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100년 전 그분이 보여준 사랑의 헌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깊이 고개 숙입니다.
희망찬 새봄에 내외귀빈 여러분께 하나님의 사랑이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