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모두들 건강하신지요. 새 봄을 앞둔 3.1절을 맞아 여러분께 안부 편지를 드립니다.
할머니들께서는 지난 10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 집회를 여셨습니다. 그 집회가 1천 회 되던 올해 1월, 작은 소녀를 조각한 평화비를 세워 일본 정부의 반성과 화해를 촉구하셨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그 간절한 소망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자세를 보고 저는 큰 실망을 느꼈습니다.
저는 일본 정부가 평생 마음에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온 여러분께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이 한일 간의 다른 어떤 외교 현안보다도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11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문제만 이야기했습니다. 통상 정상회담에서 이런 일은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만은 이번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하여, 전례 없는 일이고 외교적 관례에도 어긋나는 일이지만 그렇게 했습니다.
이 일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인도적 문제입니다. 그래서 UN과 미국 의회도 일본 정부의 반성을 촉구한 것입니다. 할머니들 살아생전에 마음의 한을 풀지 드리지 못하면, 일본은 영원히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양심의 부채를 지고 가야 합니다. 제가 일본 정부에게 보다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우리 국민 모두의 일이자, 양심을 가진 세계 모든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이 문제에 계속 깊은 관심을 갖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할머니들께서 보여주신 용기에 다시 한 번 높은 존경의 뜻을 표하면서, 따뜻한 위로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끝까지 용기를 잃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신록이 움트는 새 봄이 왔습니다. 올 한해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