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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리아 2012 기조연설2012.02.23 | N0.644

존경하는 빔 콕 총리님, 석학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글로벌 코리아 2012’에 함께하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울러 다 같이 잘사는 ‘좋은 사회’ 만들기에 앞장 서 온 여러분의 노력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날 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적자가 쌓이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향후 세계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한편 소득분배 악화로 중산층 비중이 줄면서 경제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항의로 ‘월가를 점령하자’는 시위가 자본주의 중심지에서 시작되어 여러 나라로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시장자유주의를 선도한 선진국 경제의 부진은 시장 만능주의(market triumphalism)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한편, 시장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하는 ‘자본주의의 위기’가 이 시대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시장과 정부 사이의 조화, 성장과 복지의 균형, 궁극적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공생발전에서 대안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대안의 모색에서는 시장과 정부는 물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와 시장은 전체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는 두 가지 기본 요소이자 서로 다른 영역으로 인식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조화롭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시장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민관 파트너십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시장의 상호 협력과 신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아가 국민과 사회구성원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 비전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의 경험을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한 세대만에 글로벌 산업국가로 탈바꿈하였습니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이 현저히 개선되고 복지 증진이 가능한 시기였습니다. 산업화를 통한 부의 축적은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1987년 이후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국민 기본권이 보장되고 지방 분권이 실현되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는 40여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한국경제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아 국가주도 경제체제를 시장중심으로 바꾸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금융, 노동, 공공 분야 등 4대 분야에서 강력한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한국경제는 FTA 체결, 금융자유화, 규제 개혁 등을 통해 세계화의 흐름에 적극 동참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사회안전망을 보다 튼튼히 하여 개방화의 충격에 대응하고자 하였습니다.

 

2008년 서울 G20정상회의, 2011년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를 개최하여 지구촌 리더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하였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한국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복지수요도 증대되고 있습니다.

 

한편, 1990년대 이래 소득 분배가 악화되고 삶의 질과 관련된 사회지표가 악화되면서, 갈등 해소와 사회 통합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고자 나는 작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공생발전’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공생발전(shared growth)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발전의 양’ 못지않게 ‘발전의 질’이 중요합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니라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장이 되어야 합니다.

 

격차를 확대하는 발전이 아니라 격차를 줄이는 발전이 되어야 합니다. 길어진 생애 주기 전체에 걸쳐 자신의 행복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공생발전은 성장과 삶의 질 향상, 경제발전과 사회통합, 국가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이 함께 가는 발전 체제를 의미합니다.

 

공생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효과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시장경제가 활력을 유지할 때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시장만능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정글 같은 무한 경쟁을 지양하고 성장 생태계를 조성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의 창의와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되 과도한 힘의 집중과 불공정 경쟁은 적절하게 조절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성장이 고용증대로 귀결되도록 일자리 창출에 정부 정책의 최우선순위가 두어져야 합니다.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 내수, 중소기업 부문에서 일자리가 더 나올 수 있도록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산업화 시기에는 성장이 모든 국민에게 더 좋은 삶을 제공하였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육아와 교육에서 지출 부담이 늘어나고 있으며 고령화로 인한 노후 준비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복지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한 국가의 복지체제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또한 시혜적 복지보다는 국민의 능력을 개발하여 스스로 자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을 통해 신용이 취약한 저소득층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경제성장의 성과가 보다 고르게 돌아가도록 체제를 정비하는 데서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가 안정은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므로 나와 정부는 정부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어 왔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위기 이후 자본주의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작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기존의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오늘의 시대야말로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자본의 자유’에서 ‘자본의 책임’으로 ‘부익부 빈익빈’에서 ‘상생 번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노사가 대립하여 공멸하기보다 서로 협력하여 파이의 크기를 키우면 양쪽 모두가 Win-Win할 수 있습니다.

 

기업 간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해야 합니다. 동반성장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시혜를 베풀고 중소기업은 혜택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 생태계를 튼튼히 구축하여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하는 길입니다. 스마트 시대에는 서로 협력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야 소비자들에게 더 신뢰를 얻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상생할 수 있습니다.

 

동반성장이 뿌리내리자면 법과 제도에 앞서 인식이 바뀌고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대기업이 한국 경제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국민들이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시대 변화에 따라 대기업에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졌습니다. 사회적 책임의 무게가 훨씬 커졌습니다.

 

기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책임, 일자리를 더 적극적으로 만드는 책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개개인이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작고 큰 문제를 정감(empathy)을 통해 발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으로 끈기 있게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이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기존의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는 ‘공생발전’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나와 대한민국 정부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따뜻한 자본주의’의 실현에 기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공생발전은 경제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후변화 시대에 사람과 자연의 공존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기후 변화에도 대응하고 우리 모두의 생존 기반도 다지는 발전이 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난 2008년, 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정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녹색성장은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를 개발하여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성장과 환경을 조화시키자는 것입니다. 2009년의 ‘친서민ㆍ중도실용주의’, 2010년의 ‘공정한 사회’ 또한 다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생발전’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위기가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전 인류의 共榮(shared prosperity)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류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체제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위기 이후의 자본주의 체제가 ‘따뜻한 자본주의’입니다. 따뜻한 자본주의, 공생발전 체제를 실현함으로써 더불어 사는 사회, 창조적 혁신이 흘러넘치는 사회, 책임을 공유하는 사회를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석학 여러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오늘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신 것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여러분의 고귀한 견해와 통찰력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