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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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추모하며..관리자 | 2023.06.13 | N0.19

▲ 2010년 11월 11일,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12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이날 소식을 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추모의 뜻을 전하며, 2010년 러시아 볼가 강변에서 있었던 만찬을 회상했습니다.

당시 추진 중이던 한-EU FTA는 이탈리아의 반대로 난항을 격고 있었습니다. 당초 EU측은 자신들이 이탈리아를 설득하겠다며 한국은 나서지 말아달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EU는 설득에 실패했고, 2010년 9월 10일 벨기에 브리셀에서 열린 EU 특별이사회에서 이탈리아의 반대로 한-EU FTA 승인이 연기되었습니다.

결국 EU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평소 친분이 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날 마침 이명박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함께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주관하는 야로슬라블 세계정책포럼에 참석한 것입니다.

우리 외교부는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이탈리아 실무진이 정상회담을 반대했습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한-EU FTA에 대한 입장을 바꿀 것을 우려한 결과였습니다.



▲ 2010년 9월 이명박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초청한 볼가강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저녁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볼가강변 만찬에 초대했습니다. 

아름다운 볼가 강의 풍경을 감상하며 음악에 와인과 보드카를 곁들인 만찬으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마음이 어느 정도 열렸다고 판단하고, 한-EU FTA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오늘 EU 장관회의에서 한·EU FTA에 사인을 못 했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미팅을 한다는데 이탈리아가 협조해주셨으면 합니다.”

음악소리가 매우 커 이명박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귀에다 대고 쉬운 말로 “EU-Korea FTA, OK?”하면서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나도 알아요. 오케이, 오케이.”하면서 의외로 흔쾌하게 대답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다짐을 받았다.

“I believe you(나는 총리를 믿습니다).”

일주일 뒤인 2010년 9월 17일 이탈리아가 발효 시기를 다소 연기하는 것을 전제로 반대 입장을 철회하면서 한·EU FTA는 EU 특별이사회에서 승인됐었습니다.

한-EU FTA는 양자 간의 비준을 거쳐 2011년 7월 1일 발효됐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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