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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생존 위한 저출산 종합대책 필요하다이종화 | 2015.11.06 | N0.67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국 정부가 지난 35년간 유지해온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미 2년 전에 부부가 모두 독자(獨子)인 경우 자녀 2명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지만 이제 모두에게 허용하기로 바꾸었다. 앞으로 닥칠 급격한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를 예방하는 조치다. 유엔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에 정점에 이르고 앞으로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아직 7500달러 정도로 낮다. 고령화로 성장이 장기간 둔화하고 ‘중진국 함정’에 빠져 고소득 국가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노동인구의 감소는 경제성장률을 낮춘다. 노년 부양비율의 증가는 민간저축률을 낮추고 정부의 보건·복지 지출 부담을 높인다.


중국이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은 시의 적절하지만 이미 저출산이 고착화돼 효과가 작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금 출산이 늘어나도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기까지 15년의 시간이 필요해 경제성장에 단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한국은 초저출산 국가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1.2로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낮은 출산율로 생산가능인구가 2050년에는 지금의 3650만 명에서 2700만 명으로 1000만 명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금의 13%에서 35%로 높아진다. 인구 감소로 경제 규모가 축소하고 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이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으로 투입한 정부 예산은 60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출산율은 계속 하락했다. 무엇보다 1996년 43만5000건이었던 결혼 건수가 지난해 30만5000건으로 줄었다. 일본에는 결혼을 “배우자, 자식, 주택융자금의 3대 불량 채무를 평생 떠안는 제도”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혐혼(嫌婚)파’가 많다. 45∼54세 일본인 중 태어나서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인 ‘생애 미혼율’이 2010년 남성은 20%, 여성은 11%에 달했다. 한국도 미혼으로 평생 사는 인구가 많아졌다.


19세기 이후 서구의 역사를 보면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상승하면서 출산율이 처음에는 높아지다가 이후 계속 낮아졌다. 가구 소득이 증가하면 자녀를 많이 갖고 싶어 하지만 자녀를 양육하는 물질적 비용과 양육 시간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도 커져서 자녀 수를 줄이고 적은 수의 자녀를 더 잘 키우려고 한다. 특히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어나고 임금 소득이 높아져서 출산율은 계속 낮아졌다.


우리도 한국전쟁 후에는 출산율이 높았다. 55년부터 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노동인구가 70년부터 2014년 사이에 2000만 명 넘게 증가했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소득이 늘어나도 그 전 세대보다 자녀의 수는 줄이고 자녀를 잘 키우는 데 투자를 더 많이 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자녀의 상급 학교 진학률은 매우 높아졌다. 82년에 10%였던 여성의 대학 등록률이 지금은 85%에 이른다.


출산율이 낮은 것은 소득 증가와 여성의 교육과 경제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경제사회 변화의 결과다.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출산율을 높이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출산율을 무리하게 올리려는 정책이 여성 고용률과 성장률을 낮출 수 있다.


한국 여성의 사회 진출은 아직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흡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8%로 남성의 79%에 비해 매우 낮다. 특히 20대 후반에 73%인 여성의 참여율이 30대 후반에는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57%로 떨어진다. 출산휴가와 유급 육아휴직 확대, 보육시설 확충과 양육비 지원,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확대와 같은 정책들을 꾸준하게 해서 기혼여성이 가정과 직장을 병행하기 쉽도록 지원해야 한다. 직장의 근무 여건을 유연하게 하고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쉽게 재취업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남성이 가사와 자녀 양육에 부담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최근 정부가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으로 발표한 출산비용 지원, 주거 지원 강화 등 결혼·출산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청년들을 위한 고소득의 좋은 일자리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성장친화적인 출산 정책이다. 특히 기혼여성을 위한 근무 환경이 좋은 고급 서비스업 일자리가 많이 늘어야 한다. 기존 저출산 대책만으로 미흡하다면 국제결혼과 이민을 늘리는 정책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중·일 모두 저출산·고령화라는 심각한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이 가장 낮다. 한국이 동북아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저출산 해결은 국가의 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joins.com/article/19016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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